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일까, 개인사업자일까? 판례로 보는 근로자성 인정 기준

미용실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는 흔히 ‘수수료 계약’이나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합니다. 계약서에는 “독립사업자로서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요? 법원은 계약서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무 관계를 들여다봅니다. 이 글에서는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이 실제 법원과 고용노동부에서 어떻게 판단하였는지 정리합니다.


1. 근로자성 판단, 어떤 기준으로 할까?

대법원은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봅니다. 즉,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가 핵심입니다. 구체적인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2.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3.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4. 독립적으로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5.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대체 가능성이 있는지
  6.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인지
  7.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8.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4대 보험 가입 여부 등 사회보장법상 지위

다만 기본급 유무, 4대 보험 가입 여부, 세금 처리 방식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요소별 판례: 어떤 상황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았을까

① 근태 관리 및 제재

미용실 원장이 헤어디자이너들에게 출근 시간(오전 10시)과 퇴근 시간(오후 7시)을 정해두고 이를 관리·감독하였고, 지각 시 지각비를 납부하게 하거나 조기 퇴근비를 지급하게 한 점이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2. 선고 2018고단5640 판결). 헤어디자이너들이 지문인식 시스템이나 출근기록부를 통해 출근시각이 기록된 점, 평일 오전 9시 30분(토요일은 9시)까지 출근하여 9시 50분까지 머리손질을 마치고 10시 10분 조회를 참석해야 했던 점, 지각 시 지각비 명목의 금원을 납부하도록 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근로자성 인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5. 선고 2017나21960 판결).

고용노동부 역시 출퇴근 요일(주 5일)과 시간, 업무 장소가 정해져 있어 이를 임의대로 변경할 수 없고, 지각할 경우 지각비 부과 및 고객 배정 시 순번 제외 등의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노무 제공에 있어 원장으로부터 상당한 구속을 받는 것으로 보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2947, 2019. 5. 21.).


② 업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

근무자세, 근태관리 등을 위한 매뉴얼 및 사업장 생활이나 청소 등과 관련한 각종 준수사항이 존재하였고, 사용자가 부원장·실장을 통해 단체카카오톡과 사업장 게시판을 이용하여 헤어디자이너들의 복장까지 지시한 점, 정해진 회의에 불참하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헤어디자이너에게 벌금을 부과한 점이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3. 8. 23. 선고 2022나59489 판결).

헤어디자이너들이 원장의 이벤트 홍보를 위해 댄스와 노래를 연습하고 홍보공연을 동영상으로 제출하는 등 미용업무 이외의 업무에도 사용자의 지시를 따른 점도 종속적 근로관계 인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5. 선고 2017나21960 판결). 일반 고객들에 대한 미용 업무 외에도 결혼식 고객들에 대한 미용 업무, 수습 직원 교육 업무를 하였고 결혼식 고객들에 대한 미용 업무는 원장 및 웨딩 이사가 배정하였으며 휴무일에도 나와 관련된 업무를 해야 했던 점도 근로자성 판단에 고려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2. 선고 2018고단5640 판결).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미용 시술 과정에서 원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이나 지시가 없는 점은 전문 기술자로서의 업무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들어 근로자성을 배제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2947, 2019. 5. 21.). 또한 판례도 고객의 개인적인 취향 및 개별적 특징 등에 최대한 부응하여야 그 영업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용시술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사정은 원고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3. 8. 23. 선고 2022나59489 판결).


③ 휴가·결근에 대한 사전 승인 필요

헤어디자이너가 결근, 지각, 조퇴 또는 휴가를 갈 때 미리 사용자나 부원장, 실장에게 보고하도록 관리된 점이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3. 8. 23. 선고 2022나59489 판결). 개인 용무로 특정 시간 미용실을 비우거나 지각·결근을 할 경우 차감이 이루어지거나 해당 시간이 급여에서 공제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고려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9나56272 판결).

고용노동부 역시 정해진 퇴근 시간 이전에 조퇴하거나 휴무를 사용할 때 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휴가 사용 가능 일수와 시기에 제한이 있는 경우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2947, 2019. 5. 21.).


④ 설비와 재료를 사업장이 제공

사용자는 샴푸·린스·파마약, 미용기구, 헤어디자이너를 보조하는 스태프, 그 외 업무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적·인적 자원을 원고에게 제공하였고, 헤어디자이너가 가위·빗·드라이기 등 일부 도구를 개인 비용으로 준비하여 사용한 것은 헤어디자이너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3. 8. 23. 선고 2022나59489 판결). 고가의 샴푸·파마 기계 등을 사용자가 제공하고 헤어디자이너들이 이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한 점 역시 같은 방향으로 고려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2. 선고 2018고단5640 판결).


⑤ 보수 체계(수수료 방식도 임금으로 볼 수 있음)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매출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았으나, 이는 매출 신장의 한 방안으로 헤어디자이너의 수입이 매장의 매출액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도록 한 것에 따른 결과일 뿐이므로, 위와 같은 수수료가 디자이너가 제공한 노무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바 있으며(인천지방법원 2023. 8. 23. 선고 2022나59489 판결). 스텝 단계를 마치고 헤어디자이너가 된 미용사들 중 일부는 고정 고객이 없어 매출이 부족할 경우 기본급 명목의 정액을 지급받기도 했던 점, 소득분배율을 헤어디자이너와 개별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점에서 결정하였고, 소득분배율에 기초한 월별 매출액 및 공제액 등은 개별 헤어디자이너의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지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던 점을 고려한 판결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5. 선고 2017나21960 판결).

고용노동부 역시 매월 기본급이 아닌 매출 대비 일정 비율(30%)을 지급받더라도,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거나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이므로 그러한 점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2947, 2019. 5. 21.).

✨참고: 원장에게 명의를 빌려주어 헤어디자이너 명의로 미용실을 개업한 경우

미용업은 면허를 가진 자가 1인 1업소를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면허증은 1인 1장만 발급됩니다. 때문에, 원장 등이 헤어디자이너의 명의로 여러 지점을 개업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듯 사업자등록명의를 대여한 경우에도, 계약서 상 사업운영에 관한 관리감독권과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원칙적으로 원장(총 14개의 지점을 운영하였는데 이 중 헤어디자이너 명의로 된 것은 6개 지점이었음. 모든 헤어디자이너는 사업 지분 등을 가진 실제 사업자가 아니었음)측에게 있었던 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 지점을 체인점이 아니라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했던 점, 각 지점의 헤어디자이너의 근무지 이동 및 보수 지급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던 점, 이로 인하여 전 지점의 헤어디자이너가 원장을 실질적인 사업주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5. 선고 2017나21960 판결).


3. 근로자성 자가 체크리스트

아래는 실제 판례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 근로자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체크리스트입니다. 실제 근무 환경을 기준으로 체크해 보세요.

출퇴근과 근무시간

  •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각하면 지각비를 내거나 고객 배정에서 불이익이 생긴다
  • 조퇴나 결근을 하려면 원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 출퇴근 기록이 지문인식, 출근기록부, 카카오톡 등으로 관리된다

업무 지시와 감독

  •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공지사항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는다
  •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회의나 교육이 정기적으로 있다
  • 미용 업무 외에도 홍보, 청소, 행사 참여 등을 지시받는다
  • 근태 불량 시 벌금이나 경고 등의 제재가 있다

독립성과 대체 가능성

  • 내가 직접 고객과 가격을 협의하거나 할인율을 결정할 수 없다(또는 제한적이다)
  • 다른 미용실에서 동시에 일하는 것이 계약상 또는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설비와 비용 부담

  • 파마기계, 열기계, 샴푸·파마약 등 주요 장비와 소모품을 사업장에서 제공받는다
  • 내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것은 가위, 빗, 드라이기 정도에 불과하다

보수 구조와 계약 형식

  • 계약서가 ‘업무위탁계약서’이고 매출 수수료 방식이지만, 위 항목들에 해당하는 상황이 많다
  •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지만, 실제 근무 방식은 일반 직원과 다르지 않다

위 항목 중 해당하는 것이 많을수록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항목이 많음에도 퇴직금, 연차미사용수당,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노무사와 함께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헤어디자이너 — 업무위탁 방식으로 일하고 있지만 위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다면, 퇴직금·연차수당·최저임금 미달분을 청구할 수 있는지 노무사와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계약서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합니다.

미용실 원장·사업주 — 현재 운영 중인 용역 구조에 법적 리스크가 있는지, 운영 체계가 적절한지 사전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구조를 점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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